드라이버는 악몽에서 깬걸까
꽤 오래전 심신의 무게를 다 실어 밟게된 브레이크가 있었다. 강한 태풍 속에 들썩거릴 순 있겠으나 뽑히진 않을. 시간이 흘러 처음엔 고통스러워하던 브레이크가 기대에 부응해갔는지 놀랍게도 차체를 뚫고 땅으로 땅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간 걸 느꼈다. 가만 서있을 수라도 있었던 건, 그덕에 느낀 안정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절대 나아가지 않는 완전무결의 승차감. 10km/h든 100km/h든 차가 가져야할 기본 속성을 잃은채 그렇게 0으로 편해져갈 무렵,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액셀이 그 옆에서 뿌리대신 줄기를 뻗어가고 있었다. 위로 위로 위로. 높이 높이 높이. 뿌린 더 깊게 깊게 깊게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무렴 어떻겠냐 싶었다. 어차피 제자릴텐데 하면서, 그렇게 녹슬어갈텐데 하면서. 하지만 뿌리는 너무 뻗어나가 다른 뿌리와 스치기도하였고, 이런저런 시비와 사고 속에 뿌리의 근간인 브레이크에 진동과 마모를. 줄기는 자라나던 도중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여러 산등성이. 그 모든 산줄기를 아우르던 그래 마운틴 제이. 달릴땐 알수없었던 그 산을, 멈춰섰어도 고갤 처박고 있어 모르던 그 산을 바라보곤 미쳐가기 시작했다. 철마다 바뀌는 그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 봄바람 얼었다 녹았다 얼었다 녹았다. 하지만 가닿을 수 없는 줄기는 유리창에 박고 픽픽 휘어지기만 했다. 내가 움직여서 그런게 아냐. 어쩌면 저 산이 움직이고 있는 걸거야. 갈때마다 내게서 점점더 멀어져. 다가가는 게 가능은 할까. 줄기는 이런저런 환각을 달고 살기 시작했고 뿌리는 더 어두컴컴한 곳을 헤집고 다니기 바빴다. 문제는 오랜 후 어느 예상치못한 날 아니면 누군가 모종의 예견을 하던 날, 모든 바람이 멎고 차체의 온도계까지 고장나버린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던 날 이후. 그때쯤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던 무언가. 어쩌면 정비공. 어쩌면 정원사. 어쩌면 정말로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신이라도 될까. 할만한 존재인지는 먼 후세에 정리될 역사일지 모르겠다만. 그로인해 송두리째 뽑혀져나가는 브레이크의 뿌리, 능숙한 손놀림으로 잘려나가는지도 몰랐던 액셀의 줄기. 정작 뿌리와 줄기는 당황한 나머지 미처 느낄 수도 없었지만 주변에 스치던 다른 뿌리들은 그들대로 당황하고, 줄기가 꿈꾸던 봄날의 마운틴 제이는 그 진동 속에 차체의 방향이 뒤틀려 앞에 보이지 않게된 건지도 모른다. 모든게 뽑혀져나간 탓일까. 힘을 주었던 발이 한동안 저렸다간 핏기가 돌기 시작하고, 이제 다시 꿈틀거릴 수 있게 된 드라이버는 고개를 파묻었던 핸들을 움켜쥐고 어디로 돌려얄지 이대로 제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아가얄지 흐릿해진 판단력. 모두 저하된 신체적 정신적 능력 앞에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있을 뿐. 죽을 수도 있지만 차에서 뛰어내려 어떻게든 다시 제동을 걸어야할지도. 부동액 주사라도 맞고 핏기가 돌기 시작한 차첸지 자신의 몸인지 얼지 않게 끽끽거리지 않게 주행이란걸 시도라도 해봐야할지도. 모르고,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