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전 내어 말리던
새 한 마리 그려진 웃옷을 걸치고 나섰다
생각보다 한결 가벼워진 옷만큼이나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그려졌을
그 안의 새 또한 흐릿해져
가둬뒀던 무언가를 날려보냈다고 생각하니
잠시 웃음이 지어졌던 것도 같았지만
사실 그랬다
다 드러났던 옷이었기에
부끄러움 없이 입고 다녔으나
나 홀로 입었던 옷이었을 뿐
그 안의 새는 어쩌면
날지도 날려보내지도 못했던
2
그 옷을 입으면 으레 비가 내렸고
유난히 장마가 길던 한 해는
계절을 무시하고 사시사철
저 혼자 빨래를 해대고 있었다
내가 빨렸는지
그래서 그 옷도 빨렸는지
잘 빨리긴 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짜내고 짜내도 잘 짜지지 않던 옷을
볕이 들만 한 곳에 널어두었던 것이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 언젠가였다
3
보송보송 개인 하늘을 걷는다는 것이
뒷걸음질이었을까 곁으로
한결같이 옷 안의 새를 닮은
새떼가 날아오르더니
먹구름이 걸음마다 걸려 나오고
습한 기운에 몸이 무거워지는 듯싶더니
다 마른 줄 알았던 옷이
금세 젖어들고
자취를 감춘 듯했던 새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더니
눈앞으로 날아올랐다
반갑고 반가워 습한 기운이
눈가에도 맺히는가 싶었는데
기쁨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르르 굴러내려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늘의 입가에 닿아
별자리로 걸려가는데
먹구름 저편의 먼 곳으로
멀어져만 가는데
4
늘 그렇게
후줄근한 장마였나보다